동해 입은 대나무.
대나무의 자연분포지는 추풍령이남의 따뜻한 지역인데, 요즘 지구온난화로 월동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으로 아무데나 심고 있다.
나무는 수억 년 전부터 지구에 나타나 곳곳에 방대한 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 우람함과 아름다움이 인간을 감동시킨다.
그만큼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는 고유의 모양과 자연성을 유지한다.
나무는 숲 속에서 인간의 간섭이 없을 때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6,000여 년 전부터 인간은 나무를 생활터전 주변에 심기 시작했으며, 이제 도시환경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좀 더 많은 면적의 녹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나무를 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민들의 녹지공간에 대한 인식도 선진화되어 앞다투어 나무를 심으려고 한다.
매우 바람직한 태도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조경의 역사가 40년밖에 되지 않는 경험이 적은 여건에서 너무 서두르다보니 마구잡이 조경이 이루어지고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무지(無知)와 과욕(過慾)이 나무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셈이다.
수목은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천만 년 동안 생존하면서 얻은 고유한 생활방식이다.
자연에서 자란 나무는 집단으로 숲을 형성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추위(내한성), 더위와 건조(내건성), 병해충(내병충성), 바람(내풍성) 등에 견디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개체는 도태되고, 살아남은 개체는 숲 속에서 건강을 천연적으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도시 나무의 건강은 어떨까?
도시의 환경은 자연적인 숲과 매우 다르다.
서로 의지할 이웃 나무가 없고, 인위적인 토양, 변질된 기상과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
인간이 나무가 타고난 생물학적 특성을 무시하고 도시에 혹은 엉뚱한 곳에 억지로 심으면, 나무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건강이 나빠진다.
배롱나무는 난대수종이다.
제주도와 남쪽의 따뜻한 곳에서만 월동이 가능하다. 요즘 서울에 심어 놓고 억지로 월동시키기 위해 나무 전체를 볏단으 로 싸매고 있다.
무지로 인한 피해의 예를 들어 보자.
남쪽에서 주로 자라는 난대성 수종인 대나무와 배롱나무(목백일홍)를 요즘 북쪽에 심고 있다.
또한 구상나무와 잣나무 같이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고산성 수종을 더운 도시나 남쪽에 심는다.
이와 같이 지리적 자연분포지를 벗어난 곳에 어떤 수종을 심으면 나무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 지구온난화 현상은 불규칙한 날씨를 동반한다.
도시의 열섬 효과와 더위는 고산수종의 건강을 해치고, 수십 년 만에 찾아오는 혹독한 한파는 잘 견디던 난대수종을 결국 얼어 죽게 한다.
나무의 키는 수종 고유의 특성이다.
교목인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는 속성수로 아주 크게 자란다.
이를 무시하고 빨리 녹음을 만들기 위해서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심어 놓으면 곧 크게 자라서 서로의 생장을 방해하여 결국 쇠퇴한다.
따라서 교목은 열린 공간에 널찍하게 심어야 한다.
외국의 공원에 가면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가지를 넓게 펴면서 우람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나무나 향나무는 그늘에서 살지 못하는 양수(陽樹)다.
이들을 도심 속 그늘에 심으면 햇빛 부족으로 잎의 숫자가 줄고 줄기가 가늘어져 서서히 죽어간다.
반면 음수(陰樹)인 주목이나 진달래는 그늘에서도 잘 견디지만 양지에 심으면 잎의 숫자가 늘어나고 줄기가 굵어지면서 더욱 건강하게 자란다.
모든 나무가 햇빛을 좋아하지만 도시의 여건은 그늘진 곳이 많아 나무의 건강이 좋지 않다.
나무에게 햇빛은 인간의 음식과 같다.
햇빛을 제대로 받아야 나무가 고온, 저온,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변화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게 된다.
무지로 인해 나무의 건강을 해치는 예는 잘못된 관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지치기를 잘못하면 이렇게 가지 밑이 찢어지고 썩어서 나무가 훼손된다.
나무의 건강을 위해 가지치기 기술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가장 치명적인 경우가 가지치기다.
예전에는 나무의 가지를 자를 때 가지터기를 길게 남겨 놓고 자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남겨 놓은 가지터기가 나중에 썩어 들어가서 줄기를 썩게 하여 낭패를 보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바짝 잘라서 새살이 곧 나와 줄기 상처를 감싸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지만, 널리 교육되지 않았다.
또 다른 잘못된 관리 관행은 가을에 나무를 옮기는 것이다.
겨울 내내 날씨가 춥지 않고 비가 자주 오는 서부 유럽(예: 영국과 프랑스)과 같은 기후를 가진 곳에서는 가을 이식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가졌거나, 요즘과 같이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져 이상난동이 계속되면서 비가 오지 않으면 상황이 다르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상록수는 겨울이 따뜻하면 토양이 건조해도 증산작용을 하기 때문에 월동 후 봄철에 가뭄피해를 심하게 입는다.
나무에 물을 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나무를 옮겨 심으면 향후 5년간 활착이 끝날 때가지 가끔 물을 주어야 한다.
소나무는 물이 필요 없거나 물을 싫어한다는 엉뚱한 속설 때문이다.
소나무가 건조한 비탈이나 바위 위에서 자라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러나 뿌리를 잘라서 옮긴 소나무의 경우에는 반드시 물을 주어야 한다.
특히 겨울이 따뜻하면서 비가 오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자라고 있는 나무 위에 흙을 붓는 복토는 나무 밑동을 썩게 하여 나무를 죽인다.
인간의 무지로 나무를 죽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무지에 대한 마지막 예는 복토다.
복토(覆土)란 나무가 이미 자라고 있는 곳에 흙을 부어 땅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복토는 토양에 산소 공급을 차단하여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해 나무의 건강을 서서히 해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잘못이면서도 그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음은 인간의 과욕에 의한 나무 피해다.
한국인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있다.
모든 것을 서두르다보니 경제발전만은 다른 경쟁국가보다 빨리 이룩했지만, 그 피해가 특히 조경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큰 나무를 옮겨 빨리 녹음을 만들려는 관행은 요즘 한국과 중국에서만 볼 수 있다.
조경경험이 풍부한 선진국에서는 큰 나무, 즉 대경목(大經木)을 절대 이식하지 않는다.
들어가는 경비에 비해서 이득이 적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기념식수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어깨 높이보다 큰 나무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은 나무를 옮겨 심을 때에는 뿌리를 전혀 자르지 않거나 조금 자르고 옮기기 때문에 지상부의 나무 모양, 즉 수형(樹形)이 훼손되지 않는다.
그리고 활착도 빠르고 경비도 적게 든다.차후 서서히 가지치기를 통해 수형을 가다듬어 자연스럽고 멋진 나무로 만들 수 있다.
그들은 대기만성 기질이다.
반면 큰 나무를 옮길 때에는 뿌리를 대부분 잘라내기 때문에 수형이 상당히 망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나무값과 이식비용이 많이 들고, 특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투자한 만큼의 효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다운 모양을 관상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라면 옮겨 심은 후 수형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수형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큰 나무 이식은 비상시에 동원하는 마지막 수단이지 일상적인 조경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
훼손된 나무는 상처를 통해 목재부후균이 침입하여 줄기가 썩고 나무의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게 만들어진 분(盆)이다.
이 사진은 분의 직경이 근원경의 4.4배 밖에 되지 않아 이식 후 나무의 모양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경비를 절약하려는 과욕이 엿보인다.
큰 나무를 옮기면서 인간의 과욕은 분(盆)의 크기에서도 나타난다.
적은 비용으로 쉽게 옮기려니 분의 크기가 작아지게 마련이다.
외국에서 권장하는 분의 직경은 밑동지름이 10cm 미만일 경우 10~12배, 지름이 더 클 경우에는 지상 30cm 높이에서 잰 직경의 8배가량이다.
국내에서는 경비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는다.
분을 작게 만들어도 잘 살아남는다고 우긴다.
살아남더라도 모양이 망가지면 무슨 가치가 있는가?
그 밖에도 좁은 공간에 큰 가로수를 심어 뿌리 뻗을 곳이 없는 경우, 아스팔트로 덮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 마구 밟아서 토양이 딱딱해지는 경우,
주변에 들어선 건축물 때문에 배수가 안 되는 경우, 노점상들이 더러운 구정물을 마구 버리는 경우 등도 있다.
이렇게 인간의 욕심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도시에서 조경수는 인간의 무지와 과욕으로 건강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선진국과 같이 정도(正道)를 지키면 조경수를 건강하게 기를 수 있다.
이를 위해 수목에 대한 지식을 더 연마하고, 합리적인 나무 관리법을 습득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양심적으로 나무를 관리하면 나무는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다.
출처:산림,2011,5월호.글·사진 / 이경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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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에서 메모해두고 싶은 부분은
가을이식에 대한 잘못을 지적한 부분입니다.
가을에 상록수를 이식하고 나서, 봄철 가뭄피해 예방을 위해서 겨울철 관수나 증산억제제의 살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네요
...잘못된 관리 관행은 가을에 나무를 옮기는 것이다.
겨울 내내 날씨가 춥지 않고 비가 자주오는 서부 유럽(영국,프랑스)과 같은 기후를 가진 곳에서는 가을 이식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춥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가졌거나, 요즘과 같이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져 이상난동이 계속되면서 비가 오지 않으면 상황이 다르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상록수는 겨울이 따뜻하면 토양이 건조해도 증산작용을 하기 때문에 월동 후 봄철에 가뭄피해를 심하게 입는다.
나무에 물을 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소나무를 옮겨 심으면 향후 5년간 활착이 끝날 때까지 가끔 물을 주어야 한다.
소나무는 물이 필요 없거나 물을 싫어한다는 엉뚱한 속설 때문이다.
소나무가 건조한 비탈이나 바위 위에서 자라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러나 뿌리를 잘라서 옮긴 소나무의 경우에는 반드시 물을 주어야 한다. 특히 겨울이 따뜻하면서 비가 오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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