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_ 이경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소금은 지구상에서 흔한 물질 중의 하나다. 바닷물의 평균 소금 농도가 3% 내외라고 하니 바다에서는 당연히 흔하다. 육지처럼 비가 자주 와서 소금이 씻겨 나가는 곳에서는 귀하고, 사막과 같이 비가 오지 않아 토양 표면에 소금이 축적되는 곳에는 많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으로 고등동물의 경우 혈액 속 이온의 농도를 조절하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반면 식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지구 최초의 생물체는 바다에서 태어났고 후에 육지로 올라와서 지금과 같은 육상식물로 진화했다고 한다. 흙에는 소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육상식물은 소금이 적은 토양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식물은 14가지의 무기물(질소, 인, 칼륨 등)을 필수원소로 하며 토양에서 흡수한다. 이 중에는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Na)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신 염소(Cl)는 소금 성분 중의 일부이면서 식물에게 광합성을 촉진하는 필수원소이다. 그러나 식물은 공기 중 미세한 물방울이나 먼지에 포함된 염소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극히 적은 양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흙에서 염소를 흡수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육상식물에게 소금은 거의 필요한 화합물이 아니다. 오히려 토양 중에 과다하면 식물에게 문제를 일으킨다.
소금 피해가 상존하는 곳은 바닷가다. 해풍이나 태풍이 불어올 때 염분이 날아오거나 해일로 바닷물이 덮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닷가에는 소금기가 있는 바람에 견딜 수 있는 나무들만이 자랄 수 있다. 순비기나무, 해당화, 해송(곰솔)이 좋은 예다.
해송(海松)은 바닷가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비슷하게 생긴 소나무는 반대로 바닷가보다는 육지에서 더 잘 자라기 때문에 육송(陸松)이라고도 부른다. 해송의 잎은 소나무보다 더 두껍고 길며 뻣뻣하게 생겼다. 두 수종 모두 바늘형 잎과 잎에 두꺼운 왁스층을 가지고 있는데, 해송의 잎이 소금과 대기오염에 더 강한 이유를 해부학적으로 설명한다면 해송 잎의 더 두꺼운 왁스층이 표피와 기공을 통한 소금의 침투를 방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해일(海溢)은 육지에 소금을 남기고 물러가거나, 바닷가 절벽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에 피해를 준다. 폭풍이 올 때 잎끼리 서로 부딪쳐 상처를 만드는데 잎에 소금기 있는 바람이 닿으면 소금 피해가 생긴다.
쓰나미는 대규모 해일을 몰고 오는데, 물이 빠지면서 토양 속에 많은 소금을 남긴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에서 진도 9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여 20만 명 이상이 죽는 등 주변 국가에 큰 피해를 주었다. 이때 생긴 쓰나미가 해변가의 나무들을 많이 죽게 했다. 그 중에서도 몰디브 공화국과 같이 산호초로 된 나라는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m밖에 되지 않아 당시 쓰나미로 전 국토가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나무들이 죽었는데, 유독 야자나무와 바다무궁화만이 살아남았다. 이 두 수종은 본래 바닷가에서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소금에 자주 노출되어 내염성(耐鹽性)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열대지방의 바닷가에는 맹그로브(mangrove)가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바닷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유일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보통 식물은 짠 바닷물에 뿌리가 잠겨 있으면 바닷물의 강한 삼투압으로 인해 뿌리 속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뿌리가 죽는다.
맹그로브처럼 뿌리가 바닷물 속에서 물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뿌리 세포의 삼투압이 바닷물의 삼투압(-2.4메가파스칼)보다 더 강해야 가능하다(삼투압이 강할 때에는 마이너스로 표시되는 숫자가 더 낮아진다). 실제로 맹그로브 뿌리 세포는 삼투압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많은 용질(溶質, 물에 녹아 있는 물질)을 가지고 있어 그 삼투압은 -2.5메가파스칼로 바닷물보다 더 강해서 수분을 흡수할 수 있다. 그리고 체내에 과다하게 침투하는 소금이 있을 경우 잎의 소금 배출구(salt gland)를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국내에서는 바닷가를 매립하거나 방조제를 쌓아 간척지를 확보하기도 한다. 간척지는 진흙이 많아 배수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식물 생장에서 가장 중요 걸림돌은 소금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강우로 인해 소금기가 빠져나가는 데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 이때 내염성이 있는 식물을 재배하거나 혹은 수확량이 적더라도 작물을 재배하여 소금기를 빼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북 김제시 부근에 새만금방조제가 완성된 후 필자가 농어촌공사와 함께 그곳에 나무를 심어 수종별 내염성을 조사하고 있다. 그곳은 소금의 함량보다는 해풍이 몹시 심하게 부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3년간의 예비조사 결과 그곳에서 잘 자라는 수종으로 측백나무, 곰솔, 해당화,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파라칸다를 선발했으며, 왕벚나무와 단풍나무는 생장이 매우 불량했다. 영종도 매립지의 경우에는 갯버들과 위성류의 생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 자라고 있는 어떤 나무도 해일이 덮칠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수종은 없다.
간척지와 같이 본래 토양 중에 염분의 함량이 많은 경우에는 생장 초기부터 뿌리가 서서히 썩으면서 뿌리로부터 과도한 소금이 흡수되어 지상부에 축적되며, 오래된 성숙 잎에 소금이 더 많이 축적되어 어린잎보다 피해가 먼저 나타난다.
도시에서 관찰되는 소금 피해는 대부분 해빙염(解氷鹽)으로 쓰는 염화칼슘(CaCl2)과 식염(염화나트륨, NaCl)에 의한 피해이다. 겨울철 경사진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빙판을 녹이기 위해 사용하거나 비포장도로에서 먼지가 많이 나는 곳에서는 소진염(消塵鹽)의 형태로 사용한다. 고속도로에서는 바람에 의해 소금이 날려 주변의 나무에 피해를 준다. 상록수가 고속도로변에 심겨져 있으면 잎에 묻은 소금이 즉시 피해를 유발한다. 2010년과 2011년의 겨울이 매우 추워 고속도로에서 염화칼슘의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잣나무에 심한 피해를 주었다. 낙엽수의 경우에는 봄이 되어 소금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새싹이 나온 다음에 그 피해가 나타난다.
소금에 의한 피해 증상은 활엽수와 침엽수에서 서로 다른 증세로 나타난다. 활엽수의 경우 잎에 불규칙한 반점이 나타나며 잎의 가장자리가 타들어가는 증세를 보인다. 수목에 따라서 초기 증상이 갈색, 자색, 홍색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후반부에는 대개 갈색 반점으로 변하고 조직이 죽는다. 심하면 조기 단풍이 들면서 낙엽이 지거나 눈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가지가 죽는다. 초기 증상은 생장 감소와 조기낙엽 현상이기 때문에 다른 생리적 피해와 쉽게 구별이 어렵다. 그러나 해빙염의 피해는 소금을 뿌린 곳 근처와 소금물이 모여드는 곳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주위를 관찰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침엽수의 경우에는 잎의 끝 부분부터 황화현상이 오면서 갈색으로 변하여 심하면 낙엽이 진다. 침엽수와 활엽수 모두 잎에서 피해 부위와 건전 부위의 경계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전염성 병의 경우에는 병반 주위에서 변색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염분 피해 중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지하수를 이용해 나무에 관수할 때다. 지하수에는 항상 염분이나 광물질이 녹아 있다.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보통 50dS/m(데시시멘스 퍼 미터) 정도 되며, 나무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관개수(灌漑水)의 염분의 농도는 0.25~0.75dS/m(혹은 250~750㎲/cm)이다. 이 정도 농도면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의한 인간이 먹는 음용수의 염분 허용치 0.8dS/m와 흡사하여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소금의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에는 제한적이지만 몇 가지가 있다. 조풍 피해의 경우 물로 잎을 씻어 주고, 해일이 왔을 때는 충분한 물로 토양을 씻어 준다. 이론적으로 300mm의 관수로 표토 30cm 이내 염분의 80%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해빙염의 경우 소금 비산을 막기 위해 지표면에 비닐로 멀칭을 하거나 나무 수간을 비닐로 싸준다. 포장도로에서 해빙염이 섞인 눈을 보도 위로 쳐 올리는 행위를 금한다. 상록수의 경우 미리 잎에 증산억제제를 뿌려 준다. 소금이 비산된 후에는 잎을 물로 씻어 준다. 봄에 해토된 이후에는 토양에 활성탄을 섞어 염분을 붙잡아 둔다. 가능하면 겨울철 소금 대신 모래, 쇄석, 톱밥을 사용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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