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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재 디자인/[초화&특화] 디자인★

피트 아우돌프의 드리프트 식재란 무엇인가?

by 장선생! 2026. 4. 25.

피트 아우돌프의 드리프트 식재 :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의 철학적 기원과 현대적 진화

 

자연주의 식재의 패러다임 전환과 뉴 퍼레니얼 운동

현대 조경 디자인의 역사에서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는 정원을 단순한 장식적 공간에서 생태적 시스템이자 예술적 서사로 격상시킨 선구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디자인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드리프트 식재(Drift Planting)'는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는 기술적 방법론을 넘어, 시간의 흐름과 식물의 전 생애 주기를 포용하는 자연주의 식재의 정수를 담고 있다. 전통적인 정원 설계가 화려한 개화 시기에만 집중하며 식물의 생장 과정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했다면, 아우돌프가 주도하는 '뉴 퍼레니얼(New Perennial)' 운동은 식물의 구조(Structure), 질감(Texture), 그리고 형태(Form)에 주목하며 정원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한다.

뉴 퍼레니얼 운동은 식물을 단순히 시각적인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태학적 맥락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공동체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우돌프는 생태학자, 식물학자, 그리고 특정 지역의 원주민들과 교류하며 자연이 스스로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통찰을 얻었으며, 이를 통해 정원이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설계 기법을 고안해 냈다. 드리프트 식재는 이러한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가장 역동적인 방식 중 하나로, 식물을 단일한 덩어리가 아닌 물결치듯 흐르는 띠의 형태로 배치하여 정원에 끊임없는 움직임과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식물의 '사후 세계(Afterlife)', 즉 꽃이 진 뒤의 씨앗 머리(Seed heads), 가을의 퇴색된 색조, 겨울의 골격까지도 정원의 핵심 요소로 수용하는 '4차원적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아우돌프는 꽃의 색상은 일시적이지만 식물의 구조는 사계절 내내 지속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식물이 죽어서도 우아하게 남을 수 있는(Dying elegantly) 종들을 엄선하여 드리프트를 구성한다. 이는 조경 디자인이 인간 중심적인 미학에서 벗어나 자연의 순리와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드리프트 식재의 정의와 형태적 메커니즘

드리프트 식재는 본래 20세기 초 영국의 전설적인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에 의해 제안되고 발전된 개념이다. 지킬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풍을 정원에 도입하여, 식물을 색채의 흐름에 따라 긴 띠나 타원형 모양으로 식재함으로써 경계가 모호하고 부드러운 전이를 만들어냈다. 피트 아우돌프는 이 전통적인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생태적 맥락과 구조적 지속성이라는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드리프트의 기술적 특징과 시각적 효과

드리프트(Drift)는 사전적으로 '떠다님' 혹은 '표류'를 의미하며, 식재 디자인에서는 식물군이 화단 전체를 가로질러 마치 물결이 치거나 바람에 날리는 띠처럼 흘러가는 느낌을 주는 기법을 지칭한다. 이는 전통적인 블록 식재(Block Planting)가 정방형이나 원형의 고정된 구역을 채우는 것과 대조적으로, 내추럴한 느낌을 극대화하는 특징을 가진다. 드리프트 식재의 주요 기술적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드리프트는 세장형(Oblong) 패턴을 기본으로 한다. 식물을 심을 때 직선이나 기하학적인 도형이 아닌, 길쭉하고 끝이 가늘어지는 비정형의 띠 형태로 배치함으로써 시선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흐름을 따라 이동하게 만든다. 둘째, 물결 모양의 연결성을 중시한다. 하나의 드리프트가 다른 식물군 사이를 파고들거나 교차하며 흐르도록 설계하여, 인위적인 경계선을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식생의 전이를 묘사한다. 셋째, 지형의 윤곽과 조화를 이룬다. 대지의 고저차나 곡선을 따라 드리프트를 배치함으로써 정원이 평면적인 도면을 넘어 입체적인 경관으로 느껴지게 하며, 이는 특히 대규모 조경에서 시각적 깊이감을 더하는 데 효과적이다.

식재 기법의 비교 분석

아우돌프의 설계 과정에서 드리프트는 종종 블록 식재 및 매트릭스 식재(Matrix Planting)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된다. 각각의 기법은 정원의 분위기와 관리 전략에 따라 선택되며, 아우돌프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춰 이들을 정교하게 혼합한다.

식재 기법 형태적 특성 시각적 및 생태적 효과 주요 적용 사례
블록 식재 (Block Planting) 한 종류의 식물을 명확하고 비교적 큰 규모의 구역 안에 무리지어 심는 방식. 강력한 시각적 충격과 그래픽적인 명확성을 제공하며, 질서 정연한 느낌을 연출함. 루리 가든의 라이트 플레이트(Light Plate), 숲 구역의 하층 식재.
드리프트 식재 (Drift Planting) 길쭉한 띠 형태로 식물을 배치하며, 한 그룹이 다른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게 함. 흐름과 움직임을 연출하고, 야생의 느낌을 강조하며 색채와 질감의 부드러운 전이를 가능케 함. 지킬의 전통적인 국경 화단, 아우돌프의 중기 디자인 및 하이라인의 일부 구간.
매트릭스 식재 (Matrix Planting) 하층의 지피 식물(그라스 등)이 전체를 덮고, 그 위로 중점 식물이 점적으로 솟아오르는 방식. 자연 식생 공동체를 모방하며, 잡초 억제 효과가 뛰어나고 유지관리 효율성이 높음. 뉴욕 하이라인(The High Line)의 개방형 초지, 루리 가든 남쪽 실험 구역.

거트루드 지킬에서 피트 아우돌프로: 드리프트의 진화와 차이점

드리프트 식재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아우돌프가 이 기법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혁신했는지 파악하는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거트루드 지킬이 드리프트를 주로 '색채의 팔레트'로 활용하여 인상주의적 미학을 추구했다면, 아우돌프는 이를 '생태적 서사'와 '사계절의 구조'로 전환했다.

지킬의 화가적 접근과 정교한 보더

거트루드 지킬은 식물학자이기 이전에 예술가였으며, 그녀의 식재 설계는 J.M.W. 터너(Turner)의 그림처럼 빛과 색의 조화로운 단계적 변화를 목표로 했다. 지킬의 드리프트는 색상별로 세심하게 조율된 '전통적인 herbaceous border'에서 빛을 발했다. 그녀는 따뜻한 색상에서 차가운 색상으로, 혹은 보색의 대비를 통해 정원 전체에 시각적 리듬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개화 시기의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집약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식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일일이 지지대를 세우고, 꽃이 지면 즉시 제거(Dead-heading)해야 했으며, 정기적으로 식물을 캐내어 나누는 분주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겨울철에는 식물의 지상부가 사라지거나 형태가 무너져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우돌프의 생태적·구조적 재해석

피트 아우돌프는 지킬의 드리프트 형태를 차용하되, 식물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기준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는 꽃의 색상보다 식물의 '지속적인 형태'와 '질감'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첫째, 구조적 지속성이다. 아우돌프는 개화 기간이 짧은 꽃보다는 잎의 형태, 줄기의 강도, 씨앗 머리의 견고함에 주목한다. 그에게 정원은 꽃이 피었을 때뿐만 아니라, 식물이 갈색으로 변하고 말라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아름다워야 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철학은 드리프트 식재가 겨울철에도 서리와 눈을 맞으며 조각적인 실루엣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정원의 감상 기간을 1년 내내로 확장시켰다.

둘째, 그라스류(Ornamental Grasses)의 혁신적 도입이다. 지킬의 시대에는 그라스류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나, 아우돌프는 드리프트 구조 속에 자생 그라스류를 대거 도입하여 정원에 부드러운 움직임과 투명감을 부여했다. 그라스는 다른 다년생 식물들을 연결하는 '바탕' 역할을 하면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빛을 투과시키는 질감을 통해 정원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게 한다.

셋째, 생태적 적합성과 저관리 지향이다. 아우돌프는 식물을 단순한 색채 도구가 아닌, 유사한 서식지(Woodland, Prairie, Steppe 등)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식물 공동체의 일원으로 본다. 그는 가뭄에 강하고 병충해에 내성이 있으며, 지지대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강인한 종들을 선택한다. 이는 정원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화학 물질을 최소화하며, 자연 스스로가 경관을 유지하게 하는 생태적 디자인의 정수이다.

아우돌프 식재 설계의 3대 핵심 요소

드리프트 식재가 성공적으로 작동하여 조화로운 경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식물의 역할 분담이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아우돌프는 식물을 그 기능과 시각적 임팩트에 따라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여 관리한다.

1. 중점 식물 (Primary Plants)

중점 식물은 화단 내에서 가장 뚜렷한 시각적 특징을 잡아주는 그룹으로, 설계의 골격을 형성한다. 이들은 정원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시각적인 통일성과 리듬감을 부여하며, 관찰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 선택 기준: 강렬한 형태나 색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개화 시기가 지난 후에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고 씨앗 머리나 줄기가 아름답게 유지되는 종이어야 한다.
  • 배치 방식: 이 식물들은 주로 드리프트의 중심부나 블록의 핵심 위치에 배치되며, 특정 시기에 정원의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 대표 사례: 루리 가든에 사용된 Hosta 'Halcyon'(잎의 질감), Aster oblongifolius(보라색 꽃), Echinacea(강인한 꽃 구조), Salvia(수직적 스파이크 형태) 등이 이에 해당한다.

2. 바탕 식물 (Matrix Plants)

바탕 식물은 정원의 '배경'이자 '토대'가 되는 가장 중요한 그룹이다. 아우돌프와 노엘 킹스버리(Noel Kingsbury)는 정원 디자인을 '과일 케이크'에 비유하며, 바탕 식물을 케이크의 반죽(Batter)으로, 나머지 식물들을 반죽 속에 박힌 과일이나 견과류로 묘사했다.

  • 기능과 이점: 지면을 빽빽하게 덮어 잡초의 발생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살아있는 멀칭(Living mulch)'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중점 식물의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중화시키고 돋보이게 하는 시각적 여백을 제공한다.
  • 형태적 특징: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튀지 않는 형태가 이상적이다. 주로 관상용 그라스류나 촘촘한 잎을 가진 지피식물이 사용된다.
  • 대표 종: Sporobolus heterolepis(프레이리 드롭시드), Deschampsia cespitosa, Molinia caerulea, 그리고 그라스와 비슷한 형태를 지닌 LiriopeCarex 종들이 선호된다.

3. 흩뿌리는 식물 (Scatter Plants)

흩뿌리는 식물은 드리프트나 매트릭스 사이사이에 무작위적으로 혹은 소그룹으로 배치되어 정원에 우연성과 야생의 생동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 역할: 엄격한 설계의 틀을 깨고 자연스러운 무질서(Organized chaos)를 만들어내며, 계절에 따라 예기치 못한 곳에서 색채의 팝(Pop)을 선사한다.
  • 특징: 주로 씨앗으로 번식하여 위치를 옮겨 다니는 종이나, 개화 기간은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일년생 및 다년생 식물들이 포함된다.
  • 대표 사례: Verbena bonariensis(버들마편초), Eryngium(에린지움), Zizia aurea(골든 알렉산더) 등이 정원에 경쾌한 리듬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다.

드리프트의 시각적 언어: 형태의 추상화와 리듬

아우돌프의 정원이 단순한 조경을 넘어 '살아있는 그림(Living painting)'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식물을 배치할 때 사용하는 정교한 예술적 원리들에 있다. 그는 색채에 매몰되지 않고 식물의 형태를 기하학적인 추상형으로 분류하여 디자인에 적용한다.

식물 형태의 7가지 카테고리

아우돌프는 식물의 꽃과 전체적인 골격을 다음과 같은 추상적인 형태로 이해하도록 권장한다. 이러한 형태적 분류는 드리프트 식재를 구성할 때 서로 대비되거나 보완되는 요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형태 카테고리 특징 및 시각적 효과 대표 식물 예시
스파이크 (Spikes) 강력한 수직선을 형성하여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고 구조적 강인함을 부여함. Veronicastrum, Liatris, Digitalis.
구형 및 버튼 (Globes / Buttons) 시각적 정지점을 형성하며 무게감과 리듬감을 동시에 제공함. Echinacea, Allium, Eryngium.
산형 (Umbels) 수평적인 평면을 만들어 안정감을 주며 배경과 조화를 이룸. Achillea, Eupatorium, Sedum.
데이지 (Daisies) 친숙하고 명랑한 느낌을 주며 형태적 명확성을 제공함. Rudbeckia, Helenium, Aster.
깃털 및 플룸 (Plumes) 공기 같은 가벼움과 투명성을 연출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움직임을 강조함. Astilbe, Filipendula, 다양한 그라스류.
스크린 (Screens) 시선을 차단하거나 필터링하여 깊이감과 신비로움을 조성함. 키가 큰 그라스류, Thalictrum.
투명 커튼 (Transparent Curtains) 식물 너머의 경관을 은은하게 보여주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함. Molinia, Sporobolus.

리듬, 반복, 그리고 명도와 가치의 조절

드리프트 식재는 동일한 종이나 형태를 정원 전체에 걸쳐 불규칙하게 반복함으로써 '무작위적인 리듬(Random Rhythm)'을 생성한다. 이는 대칭적인 정원(Symmetrical balance)이 주는 차분함과는 달리, 역동적이고 참여를 유도하는 공간을 만든다. 또한, 아우돌프는 색상뿐만 아니라 '명도(Value)'와 '질감'의 대비를 통해 흑백 사진으로 보아도 형태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깊이 있는 설계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넓고 거친 잎을 가진 드리프트 옆에 가늘고 부드러운 질감의 그라스를 배치하여 시각적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정교한 설계 공정: 도면에서 현장 시공까지

아우돌프의 자연스러운 식재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철저하게 계산된 도면화 작업과 시공 과정을 거친다. 그의 설계는 현장의 축척(Scale)과 방위(Orientation)를 정확하게 반영하여 오차 없는 시공을 가능하게 한다.

도면 작성의 기술적 원칙 (Drafting Techniques)

아우돌프는 손으로 직접 그리는 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전문가적인 정밀함을 유지한다. 첫째, 트레이싱 페이퍼(Tracing paper)를 이용한 레이어링 기법이다. 그는 계절별 변화, 식물층의 깊이, 에너지의 흐름 등을 각각 다른 레이어에 그려 중첩시킴으로써 복합적인 식생 구조를 시각화한다. 둘째, 색상과 기호의 체계화이다. 복잡한 식재 계획을 시공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식물군에 고유의 색상 코드를 부여하고, 약어와 범례(Legend)를 사용하여 명확성을 확보한다. 셋째, 축척의 명시이다. 손으로 그리더라도 반드시 스케일 바(Scale bar)를 포함하여 도면상의 크기가 현장에서 실제 어떤 물리적 규모를 가지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현장 전사 및 식재 과정 (Implementation)

설계가 완료되면 도면의 내용을 지면에 실제 크기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된다. 먼저,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하여 현장 바닥에 드리프트의 경계선과 블록의 위치를 그린다. 이후, 각 구역에 해당하는 식물의 이름표(Plant tags)가 꽂힌 원형 구역을 표시하여 식재 위치를 확정한다. 임시 묘포장에서 운반된 수만 본의 식물들은 이 가이드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 배치되며, 숙련된 식재 팀에 의해 지면에 심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대규모 프로젝트인 하이라인이나 루리 가든에서 일관된 품질의 경관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주요 프로젝트를 통한 기법의 변용과 실천

아우돌프의 드리프트 식재는 장소의 지리적 특성, 역사적 맥락, 그리고 기후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변용되어 왔다.

뉴욕 하이라인: 도시 맥락에서의 매트릭스와 드리프트

뉴욕 하이라인은 아우돌프의 설계 철학이 공공 조경의 정점에 도달한 사례이다. 버려진 고가 철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그는 '발견된 풍경(Found Landscape)'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이라인의 식재는 폭이 좁고 긴 선형 공간의 특성상 깊이 있는 드리프트보다는 미세한 질감 변화를 강조하는 정교한 레이어링이 특징이다. 개방된 초지 구역에서는 자생 그라스류를 활용한 매트릭스 식재를 통해 야생의 생태계를 재현했으며, 주변 건물의 그늘이 지는 구역(Woodland edges)에서는 숲 지피식물의 확산 패턴을 모방한 블록 식재를 통해 대담한 시각적 효과를 주었다.

시카고 루리 가든: '도시 안의 정원'과 실험적 식재

시카고의 루리 가든은 아우돌프가 블록 식재에서 보다 복합적인 매트릭스 식재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의 중요한 실험장이었다. 가든의 북쪽 '라이트 플레이트(Light Plate)' 구역은 대규모 드리프트와 블록 식재가 주를 이루어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를 주는 반면, 남쪽 구역은 그라스 매트릭스 사이에 퍼레니얼을 흩뿌려 심는 기법을 시도했다. 특히 6월이면 수천 그루의 살비아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드리프트인 '살비아 리버(Salvia River)'는 드리프트 기법이 줄 수 있는 서사적이고 감정적인 힘을 잘 보여준다.

디트로이트 오드 가든: 물의 흐름을 반영한 유기적 설계

벨 아일 공원(Belle Isle Park)에 조성된 디트로이트 가든은 지형의 물리적 조건과 디자인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우돌프는 현장의 배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빗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유기적인 선을 따라 16개의 식재 침대를 설계했다. 이 침대들은 물의 흐름을 상징하는 드리프트 형태를 띠며 정원 전체에 리드미컬한 산책로를 형성한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한 미학을 넘어 토목과 생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생태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정원 관리

드리프트 식재와 뉴 퍼레니얼 운동이 현대 조경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는 그 생태적·경제적 효율성에 있다.

생물 다양성 증진과 서식지 제공

아우돌프의 식재 디자인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지향한다. 첫째, 밀원 식물의 집단화이다. 드리프트 형태로 심어진 대규모의 자생 야생화들은 꿀벌, 나비, 나방 등 다양한 수분 매개 곤충들을 유인하여 도시 내 생물 다양성을 높인다. 둘째, 겨울철 먹이와 은신처 제공이다. 전통 조경과 달리 식물을 가을에 잘라내지 않고 남겨두는 방식은 겨울철 새들에게 소중한 씨앗 먹이를 제공하며, 곤충들이 마른 줄기 속에서 동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셋째, 토양 건강성 유지이다. 촘촘한 식재 구조와 매트릭스 층은 직사광선을 차단하여 토양 습도를 유지하고, 뿌리 시스템은 토양 침식을 방지하며 미생물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저관리 고효율의 유지관리 전략

지속 가능성은 관리의 용이성에서 온다. 아우돌프식 드리프트 식재는 초기 조성 비용이 높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

  • 멀칭의 불필요성: 식물이 지면을 빈틈없이 덮는 'living mulch' 구조 덕분에 매년 반복되는 유기물 멀칭 작업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 화학물질 배출 감소: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강인한 식물을 선택하므로 비료나 살충제, 제초제 사용이 거의 불필요하다.
  • 자원 순환형 전정: 봄철 식물을 잘라내는 '컷백(Cut-back)' 시에 식물 부산물을 잘게 잘라 현장에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영양분을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드리프트 식재를 위한 식물 선택 및 조합 가이드

아우돌프는 성공적인 드리프트 식재를 위해 식물 개별의 성격과 '사회성(Sociability)'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물을 단순히 모양으로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하에서 어떻게 번식하고 지상에서 어떻게 경쟁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선택 기준 세부 설명 및 중요성
장수성 (Longevity) 분주나 교체 없이 최소 5~10년 이상 제자리에서 건강하게 유지되는 다년생 식물을 우선적으로 선택함.
성장 습성 (Growth Habit) 옆으로 과도하게 번지는 'guerrilla'형보다 콤팩트하게 덩어리를 형성하는 'phalanx'형(Clump-forming) 식물이 드리프트 구조를 유지하기에 유리함.
내환경성 (Resilience) 지역의 극한 기온, 가뭄, 홍수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생존할 수 있는 강인한 종을 선정함.
사후 형태 (Winter Interest) 시든 뒤에도 형태가 지저분해지지 않고 줄기가 단단하여 서리나 눈 아래에서도 구조를 유지하는 종이어야 함.
경합 및 협력 능력 다른 종과 섞였을 때 서로를 도태시키지 않고 상호보완적인 층위를 형성하며 공존할 수 있는 '좋은 이웃'을 선택함.

현대 정원 디자인의 시사점과 결론

피트 아우돌프의 드리프트 식재는 인간의 통제와 자연의 자발성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는 여정이다. 그것은 단순히 식물을 예쁘게 배치하는 기술을 넘어, 생태학적 지식과 예술적 통찰력이 결합된 고도의 디자인 언어이자 철학이다.

조경 전문가와 정원 애호가들에게 드리프트 식재가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시간'을 설계의 중심 요소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정원은 완성된 상태로 멈춰있는 대상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식물의 생애 주기에 맞춰 쇠퇴하며, 그 쇠퇴의 과정마저도 감동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생동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우돌프는 드리프트를 통해 우리에게 '식물의 삶 전체'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1 그의 기법은 기후 위기와 도시 생태계 파괴라는 현대 사회의 난제들에 대해, 조경이 어떤 방식으로 응답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아름다운 해답을 제시한다. 2 드리프트 식재로 완성된 정원은 도심 속의 작은 야생이자, 인간과 자연이 다시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깊은 사유에 잠길 수 있는 성소(Sanctuary)로 거듭나게 된다. 3


출처 : Gemini

https://gemini.google.com/share/ba5ea2b349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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