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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PICTURE/[Pic] 전통경관

[스크랩] 에도 시대로의 시간여행

by 장선생! 2012. 10. 11.

400여년前 목조가옥 1만여채 고스란히… 
  

일본의 혼슈(本州) 중앙에 자리한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金澤)는 시간 여행을 허락하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에도시대(1600∼1867)에 도쿄(東京), 교토(京都)와 함께 일본의 주요 도시로 꼽힐 만큼 번성했던 가나자와에는 수백 년을 거쳐온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에도시대의 건물들, 무사들이 쫓고 쫓겼던 ㄱ자 골목과 토담, 수백 년간 가나자와 일대 식수를 공급했던 용수로, 2층 목조 건물로 이어진 유흥가와 하얀 얼굴의 게이샤, 보기만 해도 예쁘고 입에 넣으면 너무나 달콤한 화과자까지….

 

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필두 가신 마에다 도시이에(前田利家)가 1583년 가나자와 성에 입성한 뒤 14대 280년간 가가(加貨·현재의 이시가와현과 도야마현 일대)를 통치하며 중앙 막부에 충성을 맹세, 한 번도 정쟁에 휘말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에다 가문은 중앙 막부에 도전할 뜻이 없음을 알리기 위해 적의 침입을 살피기 위한 망루와 무기 대신 일본식 정원을 꾸미고 다도와 노가쿠(能樂)를 발전시켰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작은 교토’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안에서 가나자와는 ‘작은 교토’로 불리는데 정작 가나자와 사람들은 이 말을 싫어한다고 한다. 가나자와 사람들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나자와를 반나절이라도 둘러본 사람들이라면 그 역시 ‘가나자와=작은 교토’라는 등식에 고개를 저을 것이다. 교토에선 바쁘게 관광을 해야 한다면 가나자와에서는 천천히 산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략 2박3일 정도면 주요 포인트를 둘러볼 수 있을 친근한 규모의 가나자와는 관광객에 밀려가는 교토와 달리 한적하고 조용한 곳으로 명물을 확인하고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옮기는 식의 바쁜 관광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수백 년을 이어온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의 아무도 없는 골목을 한적하게 산보하며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때로 멈춰서 걸어온 길을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나자와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다.

 

 

◆일본식 정원 겐로쿠엔 = 마에다 가문이 에도시대, 여러 대에 걸쳐 만든 정원으로 일본 3대 명원 중 하나이다. 정원 안에 연못을 파고 그 안에 작은 섬과 정자를 배치시켰는데 이는 넓은 바다 안에 불노불사의 신선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은 것 안에 모든 요소들을 통제하고 세심하게 배치해 절제되면서도 꽉 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식 미학을 보여준다.

 

 

◆가나자와성 = 마에다 가문의 성으로 지금은 공원으로 개방돼 있다. 일본 최대급 목조 성곽 건축으로 무엇보다도 납이 들어간 기와와 흰색 회반죽으로 만든 벽이 만들어낸 하얀 성과 성벽이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차야가이와 게이샤 = 차야가이는 일본의 전통 유흥가이다. 가나자와의 차야거리 역시 에도시대에 번성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가나자와의 차야가이 중 히가시차야가 가장 크다. 차야거리 건물은 당시 영주 이외에 허가를 받지 못했던 목조 2층 건물로 격자 문이 매력적이다. 지금은 음식점, 기념품점, 찻집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는 게이샤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 매주 토요일 시내 3곳의 차야가이 가운데 한 곳에서 게이샤 예능 감상회를 연다. 운이 좋으면 오후 5시쯤 1시간 넘게 곱게 단장하고, 일을 하러 나가는 게이샤들을 만날 수 있다.

 

 

◆무사 마을과 노무라가의 집 = 중급 무사들이 모여 살았던 나가마치 일대에서는 좁다른 골목과 토담 등을 만날 수 있다. 토담은 틀 속에 돌과 흙을 채워 다져 만들었으며 지붕은 나무를 수직으로 얇게 잘라 연결한 것이다. 수십 년 이상 된 토담도 남아 있지만 대부분 복원된 것들이다. 특히 이곳에 자리한 노무라가 무사의 집은 가나자와의 가장 인상적인 장소 중 한 곳이다. 집 안에 조성된 작은 정원, 진홍빛 잉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연못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곳이다.

 

가나자와에서 만나 한 한국인 사진 작가는 “가나자와의 매력은 소리, 그중에서도 비가 떨어지는 소리”라고 말했다. 너무 조용해서 번잡한 서울에서는 듣지 못하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도시락은 잊어도 우산은 잊지 말라”는 이 지역 경구만큼이나 가나자와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데, 여행할 때 비처럼 귀찮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만 수백 년을 버텨온 가옥과, 수백 년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골목을 우산을 쓰고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은 오랫동안 기억될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고마쓰(小松)까지 1시간45분, 거기에서 다시 버스로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가나자와는 그래서 깃발을 든 단체 여행은 불가능한 곳이며 연인, 마음 맞는 친구 2, 3명 혹은 혼자서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참고로 가나자와시는 구입 혹은 개보수 지원, 혹은 보조금 지금 등을 통해 대략 1만여 채의 가옥을 보존하고 있다.

 

<가나자와(일본) =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출처 : 호 시 탐 탐
글쓴이 : 먼 발치 매운 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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